[36] 풍수전쟁

「책 읽는 아빠」의 2023년 서른여섯 번째 독서
1993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데뷔한 김진명 작가.
그의 첫 작품은 무려 600만 부나 팔렸다. 그의 직업은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는 민족주의 역사의식을 갖고 있으며 한민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철하는 예리한 통찰을 보여준다. 그의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의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는 점이다. <풍수전쟁>에서도 그는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력을 모아야 하고 이웃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설은 대통령에게 전달된 의문의 메시지로 시작된다.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
나이지리아, 이집트, 파키스탄, 이란, 한국, 필리핀, 베트남
모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2050년 세계 국가 경쟁력 예상순위다. 한국이 이렇게 중진국으로 몰락하는 것은 인구 감소 때문이다. 2022년에 24만 9천 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30년 뒤인 이들이 결혼해서 1명만 출산한다고 가정하면 약 10만 명이 태어난다. 신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훨씬 많아 인구는 매년 수십만 명씩 감소하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활동 인구의 엄청난 감소다. 15세에서 64세까지 경제활동 인구라고 정의한다. 2020년 3,738만 명에서 2050년 2,419만명으로 무려 1,300만 명이나 줄어든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인구 감소의 저주가 시작되었다.

KOSIS 통계놀이터
kosis.kr
김진명 작가는 인구감소 뿐만 아니라 역사 왜곡 문제도 꼬집는다. 고려말 요동 정벌을 초래했던 명나라의 철령위 설치 사건에서 철령의 위치에 대한 논란이 있다. 명나라 사료에는 철령의 위치를 현재 중국 영토인 요녕성이라고 기록한 반면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는 함경도와 강원도 경계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주류 사학자들은 조선사편수회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국사 교과서에서 보는 고려의 영토가 한반도 전체가 아니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을 소멸시키려는 일본의 저주 때문인가?
일본의 저주를 풀기 위해 주인공 형연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자신의 몸을 불 지른다.
왜 야스쿠니 신사 대신 자신의 몸을 태웠을까? 결말 부분이 좀 아쉽다.
법대를 졸업하고 평생 인문학 공부를 해온 주인공 형연은 김진명 작가 본인이다. 작가는 주인공 형연의 입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국이 다만 비겁하여 당하고만 있는 것이 아님을 경고하고자 나는 이곳에 왔습니다. 이 광경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이것이 내가 여러분의 나라에 내리는 저주입니다."
<풍수전쟁>은 김진명 작가의 투철한 민족의식과 시대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 내 주옥같은 문장들을 인용해 본다.
p.138
"마주하든 않든 역사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를 형성하고 있어. 그러니 올바를 역사를 밝히는 건 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거야."
p.147
어째서 이 심각한 인구 문제의 본질은 피하려고만 했을까. 너무 거대한 숙제인 탓에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무의식적으로 넘겨버렸던 것일까.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싶었다. 껍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p.154
"대신 인문학 공부는 돈이나 지위 같은 다른 힘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힘을 가져다줘. 바로 내면의 힘이지.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면 가질수록 마임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차오르며 삶이 떳떳하고 행복해져. 나는 돈을 많이 안 벌겠다. 조금 벌고 그 대신 검소하게 살겠다. 그리고 남는 시간과 열정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쏟겠다고 생각하는 거지."
p.229
"자신을 아래에, 사부대중을 위에 둘 수 있으면 진정한 고승입니다. 네가 부처라는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지요. 자신을 바쳐 누군가를 위하겠다는 마음이 바로 부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