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97] 침이 고인다

100 BOOKS 2021. 12. 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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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애독자 여러분

「매년 100권 독서 프로젝트」  하고 있는 '책 읽는 아빠'입니다.

 

드디어 그 유명한 김애란 작가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문단에 등단한지 20년이 된 중견 작가입니다. 그동안 베스트셀러도 많이 냈구요. 이 책은 작가의 단편소설 8편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그럼 감상평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김애란 작가는 투명한 감성, 위트 넘치는 문체와 참신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다. 그녀가 이 소설들을 발표한 시기는 2006년에서 2007년까지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공통의 배경이 있다. 바로 공간으로서 '방'이다. 신림동 고시원, 4인용 독서실, 반지하 방에서 모텔이나 여관방에 이르기까지 모두 방이 등장한다. 여기서 방은 집과 달리 개인의 공간이다. 작가가 말하는 방은 나만의 여유로운 화려한 공간으로서의 방이 아니라 취업이 잘 안 되고 그마저도 비정규직 위주인 청년 세대의 방이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에는 유독 노량진과 신림동이 자주 등장한다. 취업준비생, 재수생 또는 학원 강사의 직업을 가진 청년들이 주인공이다. 어느 평론가가 말하길, 김애란 작가의 방은 젊은 세대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확인시켜주는 공간으로만 해석되는 건 아니다. 젊은 세대의 사회문화적인 궁핍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면서 그 개인성의 균열과 심연을 탐사하고 그 안에서 실존과 상상적 모험을 펼친다. 


그들 대부분은 젊었고 먼 곳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진 속 메이크업이 좀 어색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래서 사실은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아주 중요한 것들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노량진이 '약속의 땅'처럼 느껴졌다. (p.127~128)


뜯어진 벽지 사이로 파란색 분홍색 자주색 곰팡이 꽃이 어지럽게 만개한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자리에 뻣뻣이 서 있었다. 그 방이 우리들의 방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느개 어머니가 나를 찾아 그 앞까지 와 있었다. 나는 하얖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여기는 왜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요?" 

어머니가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그건, 네가 있기 위해서였다고.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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