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빠'의 2022년 아홉 번째 독서
드디어 그 유명한 김영하의 소설을 읽었다. 바쁜 일상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잊는 데는 소설이 최고다. 그중에서 술술 잘 읽히는 작가의 글이 최고다. 이 책은 소설가 김영하의 가장 유명한 소설집은 아니지만 여러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13편의 소설 모두가 재미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밀회>나 <퀴즈쇼> 같은 단편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김영하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라 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섹스가 소설가의 머릿속에 있다. 물론 김영하 작가는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 흐름과 복잡다단한 관계의 문제도 뛰어난 필력으로 풀어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섹스에 집중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얘기를 내 입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는 나를 안아주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내 모든 뼈가 으스러지도록 껴안습니다. 나는 그녀가 친밀감에 굶주려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설령 뼈가 부러지더라도 참을 생각이었습니다. 우리의 정사는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달랐습니다. 우리의 정사는 핥고 만지고 확인하고 더듬고 교환하는 것입니다.
(중략)
"그건 안 돼. 남편 혼자 남겨두고 갈 수는 없어"
그녀는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보고 싶었어"
"우연을 운명으로 착각하면 안 돼"
- <밀회> 중에서
그 순간, 나는 마코토의 마음을 가리고 있던 어떤 빗장이 살짝 열린 느낌을 받았다. 여성의 직감이랄까. 거기에는 마코토의 진심이 있는 것 같았다. 아, 너 정말, 외로운 사람이로구나. 나는 마코토가 마음껏 기댈 수 있는 영혼의 안식처가 되리가 굳게 결심했다.
나는 나를 앙망하는 그의 촉촉한 입술을 향해 최후의 순간으로 돌입하는 카미카제 특공대처럼 내 불타는 입술을 그대로 내리꽂았다. 그의 혀가 주춤거리며 내 혀를 맞으러 나왔다. (중략) 나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뜨겁고 축축한 필생의 키스를 그에게 퍼부었다.
- <마코토> 중에서
"난 열여섯 살 이후로 깨달은 게 있어. 하고 싶은 걸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 그럼 늦어버려. 우리 아빠는 정말 완벽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그리고 한 손으로는 미끈거리는 내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아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자기 입속에 잠깐 집어넣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자 어느새 기력이 회복되었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그녀의 몸을 향해 돌격해갔다. 잠시 후 다시 방류를 시작한 소양강댐은 저수량의 거의 대부분을 비울 때까지 물을 쏟아냈다. 우리는 거의 몇 시간을 침대에서 뒹굴었다. 그리고 마침내 손끝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 <퀴즈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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