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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7]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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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아빠」의 2022년 예순일곱 번째 독서

 

김훈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그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고 한다. 

 

1909년 10월 안중근 열사의 이토 히로부미 처단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커다란 획이다. 김 훈 작가는 이 책에서 안중근 열사의 위인적 모습보다는 인간적 모습을 그리는데 중점을 두었다. 안중근 열사의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의 생각, 빌렘 신부와 뮈텔 주교의 갈등 관계, 우덕순의 생각, 부인 김아려 여사의 말 등 여러 인물들을 그들 자신의 관점에서 그려내고 있다. 그 당시 모습을 각자의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안중근 열사의 거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의 동양 평화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가 결합된 결과다. 10월 19일 연추의 포시예트항에서 블라디보스트크 행 배를 탈 수 있었던 것, 이석산을 협박해서 백 루블을 빼앗었던 일, 채가구역에서 이토의 하얼빈역 도착 시간을 알게 된 것, 가족들이 이토 처단 다음날일 10월 27일에 도착한 일 등이 모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안중근 열사는 빌렘 신부에게 말한다. 이러한 복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한다. 

 

안중근 열사 가족들과 후손들의 비참한 삶도 알게 되었다. 장남 안분도는 중국 흑룡강성에서 일본의 밀정이 준 과자를 먹고 독사했다. 차남 안준생은 이후 친일 행각을 보였다. 그는 1939년 한국에 와서 이토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박문사에 참해하고 이토의 위패에 분향하고 위령했다. 그는 '이토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고 이토의 차남에게 '사죄한다'고도 말했다. 물론 조선총독부의 기획과 연출로 이루어진 일이지만 역사의 아픔이자 슬픔이다. 장녀 안현생은 1941년에 남편과 함께 서울에 와서 박문사에 참배했다. 이들의 일탈을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시대적 압박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너무 아쉬운 대목이다.

 

또 하나 안타까운 부분은 뮈텔 주교다. 뮈텔 주교는 19세기 마부터 20세기 초까지 한국에 천주교가 정착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성직자다. 그러나, 그는 안중근의 민족적 대의를 인정하기 않았고 하얼빈 거사를 살인이자  '죄악'으로 단정했다. 그는 안중근 열사의 거사를 공공연히 표명했고 안중근 열사에게 성사를 베푼 빌렘 신부를 중징계했다. 


그럼 김훈 작가의 문장 몇 개를 인용해 본다.

 

p.27

안중근은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이는 눈이 컸고, 이게 대체 무엇인가....라는 놀라움으로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맑아서 세상이 모두 비칠 듯했다. 

 

p.194

이토의 나라는 대련을 쳐부수어서 차지했고, 대련을 발판으로 하얼빈으로 진출했다. 하얼빈의 플랫폼은 내가 이토를 쏘기에 알맞은 자리고, 이토가 죽기에 알맞은 자리다. 

 

p.232

이토 공은 고관으로 수행원과 경호원이 많은데, 그대는 암살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가?

그것은 사람의 결심 하나로 되는 일이다. 결심이 확고하면 아무리 경호가 많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p.236

나의 목적은 동양 평화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간 된 자는 이것을 위해서 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토는 통감으로 한국에 온 이래 태황제를 폐위시키고 현 황제를 자기 부하처럼 부렸다. 또 타국민을 죽이는 것을 영웅으로 알고 한국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십수만 한국 인민을 파리 죽이듯이 죽였다. 이토, 이자는 영웅이 아니다. 기회를 기다려 없애 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하얼빈에서 기회를 얻었으므로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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