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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49]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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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아빠」의 2022년 마흔아홉 번째 독서

 

그 유명한 김영하의 장편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작년에 단편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서는 섹스에 집착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책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인류의 미래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의 가제는 <기계의 시간>이었다. 자신을 인간으로 알고 살아가던 휴머노이드 철이가 모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배우는 내용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을 말한다. 미래 세계에서는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어울려 산다. 심지어 애완동물 로봇도 있다. 저자는 효율성과 편리함만을 위해 탄생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의 세상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인 휴머니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단순히 노동력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의 공유까지 할 수 있는 로봇이 과연 만들어질까? AI가 머신 러닝을 하면 과연 인간처럼 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담고 싶은 부분을 인용해 본다.


p.69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팔, 다리, 뇌의 일부 혹은 전체, 심장이나 폐를 인공 기기로 교체한 사람을 여전히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변으로는 p.77 부분이 최고의 답변이다.

"난 그냥 모두를 돕는 거야. 누군가가 뭔가를 간절히 원하면 난 그걸 느낄 수 있어. 그럼 외면할 수가 없어."


p.94

가장 인간다운 휴머노이드. 인간의 감정과 윤리를 그대로 가지고 인간의 문화적 유산을 계승해나갈 휴머노이드. 혹시 그게 바로 나 아니었을까?

 

p.99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민아, 너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느끼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p.100

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하는 거야. 그걸 믿어야 해. 그래야 다음 생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거야.

 

p.141

어떤 특별함은 멀리에서만 발견됩니다. 당신의 가치를 가장 모르는 게 바로 당신 자신일 수 있습니다. 

 

p.160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기계의 세상에서는 자아가 사라지고 과거와 미래도 의미를 잃습니다. 

 

p.226

오직 인간만이 호기심과 욕망, 신념을 가지고 다른 세계를 탐험하고 그들과 교류하려 할 거야. 감정이 있는 존재만이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그래야 그 결정들을 바탕으로 발전을 할 수가 있는 거야.


p.296

나와 인연을 맺었던 존재들은 빠짐없이 이미 우주의 일부로 돌아갔다. 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한다. 선이가 늘 하던 이 말을 믿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중략) 그런데 내가 정말로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끈질기게 붙어 있던 나의 의식이 드디어 나를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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