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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47] 애쓰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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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아빠」의 2022년 마흔여섯 번째 독서

 

 

 

얼마 전에 회사 동기 중 한 명이 추천해 준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만큼 나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매사에 '애쓰며' 살아왔나 보다. 

 

최은영 작가는 그간 발표했던 작품들에서 인물 간의 우정과 애정을 세심하게 묘사했다. 이번 소설에서는 단순히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에서 서로 상처받았던 마음까지 쓰다듬어 준다. 최은영 작가 자신도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덜 외롭고 덜 쓸쓸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외롭고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자신의 소설을 추천한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지치지를 않나 봐요. 자꾸만 노력하려 하고, 다가가려 해요"

 

어쩌다 보니 최은영 작가의 모든 소설을 다 읽었다. 그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쇼코의 미소>다.

그럼 이번 소설에서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인용하고 한다. 


<애쓰지 않아도> p.24

나는 유나에게서 내가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봤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돋보이고, 무엇보다도 힘이 있는 존재, 누군가에게 끌려가거나 수동적인 위치에 처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 그 애의 힘을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데비 챙> p.50

데비는 자기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이뤄낼 수 있다는 낙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데비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데비를 질투할 수조차 없었다. (중략)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불안정한 가능성보다는 불행 속에서 익숙해지고 체념하는 편을 선호했다. 다들 이렇게 살잖아? 나 자신에게 그렇게 설득할 때 내 나이는 스물아홉이었고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다른 삶을 추구하기에도 너무 늦어 버렸고, 진짜 삶이라는 것을 살아보기에도 너무 늦어버린 나이라고 확신했다.


<숲의 끝> p.82

지호 너는 북반구부터 남반구까지, 이 세상의 서쪽에서 동쪽까지 통틀어서 유일한 나의 친구였어. 한국에서 내가 얼마나 겉돌았는지 나는 너에게 말하지 않았지.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p.90

동물들은 아무 것도 배우지 않고 사는데도 저렇게 아름답구나.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될 만큼 완전하구나.


<손 편지> p.163

할머니 왜 그래. 왜 그러고 살아.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 짜증이 나서 소리치는 저를 할머니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바라봤어요.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지치지를 않나 봐요. 자꾸만 노력하려 하고, 다가가려 해요. 나에게도 그 마음이 살아 있어요.


<임보 일기> p.170

고양이를 사랑하면 할수록, 윤주는 어쩐지 인간에게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무급 휴가> p.210-211

어른들과 다르게 그림은 미리를 반겨주고 안아줬다. 그림을 그릴 때 미리는 다른 모든 것들을 잊고 몰두할 수 있었다. 그 일이 미리를 살게 했다. 그 사실을 오래 잊고 있었다고, 현주의 그림 앞에 서서 그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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