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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71] 한국이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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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아빠」의 2022년 일흔한 번째 독서

작년에 장강명 작가의 소설 <표백>은 내게 충격이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관찰하여 다소 과장된 에시로 표현하는 그의 능력에 놀랐다. 기자 출신답게 우리 사회의 병폐와 젊은 세대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나타냈다. 그의 소설은 냉철한 현실 인식에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진 창작물이다. <한국이 싫어서> 역시 이러한 창작물이다.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선택한 청춘 세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병폐를 그려내고 있다. 어느 평론가의 말마따나 한국은 가까이에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열정의 나라이다. 조그만 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성장을 이룩하자 이제는 정체되어 대부분의 것들이 세습화되고 계급화되고 있는 현실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세상이다. 1등 만을 기억하는 매정한 사회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상처를 받고 한국이 싫어서 떠나 버린다. 이 책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장강명 작가의 말을 인용해 본다.

p.11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p.44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엔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워야 돼.

p.151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정말 중요한 거지. 돈이 안 벌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좀 덜 억울할 거 아냐. 지명이가 그렇게 자기 진로를 선택한 거지. 그런데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몰랐어.

p.185
내가 왜 한국에서 살면 행복해지기 어려다고 생각했는지. (중략) 나한테는 자산성 행복도 중요하고, 현금흐름성 행복도 중요해.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나한테 필요한 만큼 현금흐름성 행복을 창출하기가 어려웠어. (중략) 시어머니나 자기 회사를 아무리 미워하고 욕해 봤자 자산성 행복도, 현금흐름성 행복도 높아지지 않아.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매는 거랑 똑같지 뭐.


For our country to love us as much as we love it. That's what I want.
- 영화 <람보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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