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빠」의 2022년 열일곱 번째 독서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소설가, 기욤 뮈소의 소설을 처음 읽어봤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에 교사였던 점은 댄 브라운과 비슷하다. 지금까지 그가 집필한 17권의 소설 모두가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의 소설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 생생한 묘사가 일품이다. 다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모두 프랑스 이름이 숙지가 잘 안 된다.
소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5일동안 벌어진 일이다. 주인공인 형사 록산은 센 강에서 건져 올린 이름 모를 여인 사건 수사에 비공식적으로 뛰어든다. 록산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연구하면서까지 사건을 철저히 분석하여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미치광이 집단이 있다는 것을 밝혀 낸다. 그런데, 클라이맥스로 향하던 이야기가 결말을 드러내지 않고 멈추었다. 이는 작가의 철저한 의도다. 그래서 독자인 우리는 상상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기욤 뮈소는 후속작을 예고하는 것 같다.
라파엘이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했던 작은 거짓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여러 희생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권선징악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디오니소스 숭배 집단의 각본대로 희생되는 것을 보면 꼭 그렇다고 볼 수만 없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기보다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이 책의 구성도 특이하다. 여러 주인공들을 1인칭 시점으로 하고 서술된다. 기존의 소설에서는 한 가지 시점만 존재하는데 반해 이 소설은 복수 시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신선하다.
끝으로 이 책의 막바지에 나오는 중요 대화를 인용해 본다.
"그 시대의 상황이 지금 우리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어"
"아니, 당신은 연관이 있다는 걸 알아. 당신과 나는 같은 부류니까. 나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그걸 알아차렸여. 우리는 삶을 견딜 수 없었지. 어디를 가든 우리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야 했어. 진실 때문에 죽지 않으려면 그래야 했으니까. 우리는 임시방편에 의존하지 않고는 실존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당신의 임시방편은 글쓰기와 아버지에게 들려주던 모든 거짓말이겠지. 나에게는 놀이가 그 역할을 해주었어. 놀이를 통해 수많은 신분으로 살아본다거나 타인을 조종해보는 현기증을 느껴볼 수 있었으니까. 우리는 진짜 삶을 산 게 아니야. 우리가 만들어낸 '가상현실' 속에서 살았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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