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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3]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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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아빠」의 2023년 마흔세 번째 독서

 

어쩌다 보니 최은영 작가의 책을 모두 읽었다.

 

1984년 생인 최은영 작가는 2013년에 문단에 등단했다. 소설집으로는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 <애쓰지 않아도>가 있다. 이 중에서 최고는 역시 <쇼코의 미소>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최은영 작가가 2018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출간한 단편소설 7편을 엮은 책이다. 7편의 단편 중 대표작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최은영 작가 특유의 필력과 감정 묘사가 일품이다. 작가는 주로 여성 사이의 미묘한 감정과 관계에 대해 묘사한다. 그래서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읽기에 편하다. 남자들은 감정보다는 사건을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당시 느꼈던 섬세한 감정과 느낌은 금새 잊어버린다.

 

최은영 작가 소설의 주인공은 대부분 여자다. 작가는 여성의 삶에 집중한다.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이 느끼는 감정의 흐름과 불합리한 사회 현실 등을 그린다. 그래서 최은영 작가의 소설은 여자들간의 관계와 감정이 그려진다. 학생과 강사, 조카와 이모, 정규직원과 인터사원 등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 특징은 소설 속에 나오는 남자 가장은 대부분 가해자로 그려진다. 최은영 작가가 소설 속에서 묘사하는 남자 어른은 대부분 약자인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거나 상처를 주는 나쁜 남자로 그려진다. 이러한 설정 때문에 최은영 작가는 페미니스트 작가로 불린다. 

 

페미니스트 논쟁은 일단 차치하자. 최은영 작가는 타고난 글쟁이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어 강사 일을 하다가 20대 후반에 혜성과 같이 문단에 등단했다. 소설을 쓰기 전에는 항상 마음이 허했었는데, 소설을 쓰면서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글쓰기는 자신과 대화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최은영 작가도 그랬다. 그녀는 앞으로도 여성, 아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글을 쓰겠다고 한다. 그녀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진다. 

 

이번 소설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은 문장을 인용해 본다. 


<일 년>

 

p.97

그렇게 말하고 다희는 힘없이 웃었다.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잃고 싶지 않으니까 무리를 하게 돼요.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p.113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에도 다희는 예전과 다르게 초조해햇다. 다희는 좋게 말해서 신중해졌지만, 어떻게 보면 계속되는 체념 속에서 자기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파종>

 

p.203

"너 힘든 거, 나 줘....가지고 갈게."


<이모에게>

 

p.254

이모가 용기를 내서 말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중략) 이모가 사실은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대견해단하는 걸. 직접적인 칭찬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전해지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모가 그렇게 말하자 목이 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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