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는 아빠」의 2023년 마흔네 다섯 번째 독서
이번 추석 연휴는 김영하 소설로 때우고 있다. 6일 연휴가 벌써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연휴 전날부터 읽기 시작한 김영하 단편소설을 오늘도 읽고 있다. <오직 두 사람>은 2017년에 발간된 김영하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그럼 각 단편소설 별로 짧은 감상평을 적어본다.
<오직 두 사람>
아빠와 딸의 이야기다. 1남 2녀 중 유독 큰 딸만을 사랑했던 아빠와 과분한 아빠의 사랑을 짊어지고 사는 큰 딸의 이야기다. 다섯 명의 가족 중에 오직 두 사람에게멘 초점을 맞춘 소설이다. 아버지의 집착은 가정의 화목을 파괴하고 결국 자신도 파괴시켰다.
"언니는 내가 아빠한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어쩌지? 내가 아빠를 버린 거야."
<아이를 찾습니다>
마트에서 아이를 잃어버리고 조현병에 걸린 엄마와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아빠의 이야기다. 아이를 납치한 여자는 십여 년간 엄마로 행세하고 아이는 그녀를 친엄마라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아이가 십여 년 만에 집으로 왔을 때 가정은 오히려 행복하기보다는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누구나 이 이야기가 자신에게 일어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큰 아이가 다섯 살 때쯤 해수욕장에서 잃어버릴 뻔한 적이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나간 걸 어떻게 바꿔요? 누가 잘못을 했든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살면 안 돼요?"
<인생의 원점>
사랑과 폭력, 그리고 삼각관계까지 어루어진 끔찍한 이야기.
"여자나 패는 개새끼. 넌 곧 죽을 거다. 똥오줌도 못 가리고 이렇게 평생 누워 있거나...."
<옥수수와 나>
소설가와 출판사 사장 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가의 열렬한 팬인 출판사 사장은 좋은 작품을 써달라고 애원하면서 그의 뉴욕 아파트를 빌려 준다. 그 아파트의 소유자는 출판사 사장과 별거 중인 미모의 여성이다. 소설가는 그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면서 초인적인 힘으로 불과 며칠 만에 소설을 완성한다. 김영하 특유의 성적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음란하고도 난해하면서 매우 실험적인 이 소설의 서두는 주인공 남자가 뉴욕의 차이나타운에 머물며 기괴한 성적 모험을 시작하는 장면이었다. 단편소설 한 편 분량인 원고지 백 매 정도를 정신없이 써 갈기고 시계는 보니 고작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중략) 나의 손은 그녀의 몸 곳곳을 애무하면서 해독 불가능한 문장들을 무수히 그녀의 몸에 입력해 넣었다."
<슈트>
이 단편은 별 재미는 없었다.
"두 사람, 피터의 양복을 입어보는 게 어때요? (중략) 그걸 입어보고 더 잘 맞는 사람이 일단 유골을 가져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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