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빠」의 2022년 스물두 번째 독서
예스24에서 '종의 기원'을 검색하면 그 유명한 과학자 찰스 다윈의 책 보다 정유정 작가의 책이 먼저 나온다. 그만큼 정유정 작가의 책은 많이 팔리고 읽힌 베스트셀러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인간의 선한 본성보다는 악한 본성에 집중한다. 이 책도 장강명 작가의 <표백> 못지않게 읽는 내내 섬뜻하고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작가는 인간 내면의 악(惡)이 어떻게 존재하고 점화되는지 '유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유진이는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 즉 포식자다.
p.300
사이코패스라니, 포식자라니, 프레데터라니. 충격으로 머릿속이 새카매지는 와중에 그날 봤던 유진의 '눈'이 시야를 지나갔다. 종탑 앞에서 "유진아"하고 불렀을 때, 나를 돌아보던 눈. 흥분한 맹수처럼 동공이 새카맣게 벌어져 있던 눈. 불길 같은 광채가 너울거리던 눈.
사이코패스의 대표적인 특성은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진이는 엄마의 질문을 이렇게 오해한다.
차 따위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아플 때나 마시는 거였다. 성가시게 하는 속내가 뭐냐고 묻고 싶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내 머릿속을 빤히 들여다보듯, 나도 어머니 뱃속쯤은 더듬어 읽을 수 있으니까. "차 마실래?"는 "임자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실토해봐"와 샆은 말이었다. "햇볕이 참 좋다"는 나의 도덕적 약점인 '솔직성'에 대해 토론하자는 제의였다.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는 살인 장면과 주인공 유진의 생각의 흐름을 보고 있자면 소름 그 자체다. 인간 심성의 황폐함이 극단으로 치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다. 유진이 같은 사이코패스는 치유될 수 없는 것일까?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도적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 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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