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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24]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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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아빠」의 2022년 스물네 번째 독서

 

역시 기욤 뮈소다. 그는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독자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작가다. 잠시 일상을 잊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이다. 가독성과 몰입력이 좋아 이틀이면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 사실 그의 소설의 이야기는 뻔하다. 항상 아름답고 날씬한 여자 주인공과 훈남 그 자체인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이르는 과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내일>도 감각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히치콕 식 스릴러가 결합된 소설이다. 이번 책의 여주인공은 독자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인간의 악성을 보여준다. 인간의 악한 면을 그려내는 정유정 작가가 생각날 정도다. 정유정 작가가 사이코 패스를 사실적이고 끔찍하게 묘사하는 반면 기욤 뮈소는 흥미롭게 그려낸다. 몇몇 구절을 인용해 본다.

 

p.135

그렇게 말했지만 속마음은 정반대였다. 과거의 기억이란 빗자루 질 몇 번으로 금세 사라질 수 없었다. 기억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 있기 마련이다. 과거의 기억은 어둠 속 깊이 웅크리고 있다가 경계심을 푸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힘으로 불쑥 솟아오르기도 한다.

 

p.193

오래전부터 악마가 있었다. 엠마는 자신의 약점과 고통의 근원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버림받았다는 생각과 영혼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키는 외로움이 그녀의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드는 원흉이었다. 엠마는 고교시절 수첩에 적어두었던 에밀리 디킨슨의 말을 떠올렸다.

'유령에게 사로잡히는 데에는 방이나 집이 필요 없다. 무리의 머릿속은 미리 꼬불꼬불한 복도들로 꽉 차 있다' 

 

p.272

"사람은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하니까. 과거는 이미 지나갔어. 죽은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자기들끼리 살게 내버려 둬"

 

 p.381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멀리.

아주 멀리.

그렇지만 분명 경계가 있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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