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빠」의 2022년 스물다섯 번째 독서
얼마 전 돌아가신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 그의 저서는 여러 권이 있지만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로 변하여 신앙을 고백한 <지성에서 영성으로>가 대표적이다. 그를 열렬한 신앙인으로 인도한 것은 먼저 하늘로 떠난 첫째 딸 이민아 목사다. 이어령 선생에게 죽음은 가장 큰 화두였다.
이 책은 김지수 기자가 매주 화요일 이어령 교수 집을 방문하여 인터뷰한 내용을 기록하였다. 마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과 같은 구성이다. 책의 분량은 길지 않지만 활자 속에 담겨있는 이어령 교수의 지혜를 체득하느라 완독 하는데 시간은 좀 걸렸다. 이어령 교수는 시대의 스승으로서 우리에게 죽음을 가르쳐준다. 시인 이성복은 스승은 생사를 건네주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죽음의 강을 건넌 때 겁먹고 급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이쪽으로 바지만 걷고 오라고 안내하는 사람이 스승이다. 그럼 스승 이어령의 가르침을 인용해 본다.
p.19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은 생명을 끌내지만 말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p.108
"타성에 의한 움직임은 언젠가는 멈출 수밖에 없다고. 작더라도 바람개비처럼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자기만의 동력을 가지도록 하게."
"자기만의 동력이요?"
"생각이 곧 동력이라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중력 속의 세상이야. 바깥으로부터 무지막지한 중력을 받고 살아. 억압과 관습의 압력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생각하는 자는 지속적으로 중력을 거슬러야 해. 가벼워지면 떠올라야 하지. 떠오르면 시야가 넓어져."
p.156
"죽음은 신나게 놀고 있는데 엄마가 '얘야, 밥 먹어라' 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p.167
너 존재했어?
너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
p.173
타고나. 모든 아이들이 다 타고나. 천재로 태어나서 둔재로 성장할 뿐이지. 하나님이 주신 것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갖고 사는 사람들이 천재라네.
p.177
남의 신념대로 살지 마라.
방황하라.
길 잃은 양이 돼라.
p.218
영성이란 말이지. 뭔가를 구하고 끝없이 탐하면 자기 능력을 초월하는 영감이라는 게 들어오는 거야.
p.232~233
세계적인 신경학자이자 작가인 올리버 섹스 같은 분도 간암으로 죽기 전까지 자신의 질병을 관찰해서 치열하게 기록하고 떠났습니다. '인식이 있는 존재, 생각하는 동물로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살 기회가 주어졌고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혜와 모험이었다'라고요.
지성은 자기가 한 것이지만, 영성은 오로지 받았다는 깨달음이에요.
이어령,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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