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빠」의 2022년 일흔네 번째 독서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셀럽 작가지만 이 책을 내놓을 당시만 해도 김영하 작가는 새파랗게 어린 소설가였다. 이 책의 뒤에 실린 어느 문학평론가의 말마따나 이 소설은 대단히 낯설고 기괴한 소설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살 안내자 혹은 자살 가이드다. 그는 죽음의 충동을 찾으러 다닌다. 그는 자살의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객이 결단을 내리면 안전하고 실패 없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상에 이러한 직업이 존재할까?
1996년에 출간된 이 책은 소설가로서 김영하를 규정짓는 책이 되었다. 당시 문단의 반응은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였다고 한다. 이전의 한국 문하과는 다른 이상한 주제와 괴상한 주인공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자기 파괴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을 살해하고 싶은 충동이 있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소설의 구성과 내용은 흥미진진 그 자체다. 실제로 이 소설이 출간된 이후에 일본과 한국에서 자살청부업자들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당시 수상소감에서 글을 써서 상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고백한 20대의 김영하 작가의 사상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놀라운 상상력과 비범한 창의력의 산물이다. 20대의 김영하 작가는 현대 사회의 고독과 퇴폐, 권태감과 그로 인한 에로티시즘과 죽음의 충동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그간 한국 문학의 규범성을 철저히 파괴하면서 신인 작가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문단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풍부한 상상력이 자극받아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매우 찝찝한 기분도 들었다. 그것이 김영하의 매력이다.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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