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로 추천되는 투자 서적 중에서 이 책 보다 버블의 역사를 깔끔하게 정리한 책은 없다. 저자는 네덜란드 튤립 투기부터 일본 버블 붕괴까지 금융투기의 역사를 설명한다. 단순한 설명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여러 증언과 평가들을 곁들여 생생한 역사를 전달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역자가 전문번역가가 아니어서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다. 나머지 하나는 1999년에 출판되어서 2008년 금융위기와 2022년 코로나 버블 붕괴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원제는 <Devil Take the Hindmost>다. Hindmost는 제일 뒤쪽이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악마는 제일 뒷사람을 잡아간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서양 속담이다. 즉 버블에 물리면 망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일어난 모든 버블은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버블의 역사는 반복되었다. 설령 버블에 물려 빠져나오지 못했더라도 자신을 원망할 필요는 없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그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튼도 사우스 시 주식회사에 엄청 물렸었다. 사우시 시 주식은 100파운드로 시작하여 1720년에 1,000 파운드까지 급등했다가 85% 폭락했다고 한다.
그럼 버블은 언제 생기는 것일까? 저자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슘페터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하다.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이 도입되고 이 산업과 기술이 낳을 장래 수익에 대해 낙관적 기대가 퍼지며 과도한 자본이 집중될 때 투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1630년대 네덜란드 사람들은 화훼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과대평가했고, 1720년대 영국인들은 식민지 개척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2020년 코로나로 비롯된 코로나 버블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되고 메타버스 시대가 곧 도래한다고 했다. AI, Big Data 등 기술이 있으면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때마침 Fed가 만들어준 제로금리는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을 성층권으로 보냈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면서 다시 대면사회로 돌아왔고 메타버스 사회는 요원하기만 하다. 요원한 만큼 주가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전기차를 외쳤다. 정부도 전기차 산업을 정책적으로 밀어주었다. 결국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투자가 진행되고 말았다. 애널리스트들은 PSR로도 성장주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며 PDR이라는 잣대를 들이댔었다. 이런 새로운 지표의 등장과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인한 과도한 자본의 집중, 그리고 사람들의 낙관적인 기대는 버블의 징조다.
이 책으로 역사만 배워서는 안 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 역사가 반복되듯이 버블도 반복된다. 인간의 탐욕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버블의 붕괴는 피하지 못했다. 다음 버블은 또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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